[인터뷰] 일본 피아니스트 구라모토 유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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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정갈하고 애틋한 선율로 많은 음악팬들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피아니스트 구라모토 유키(52)가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서울 라이브클럽 '버드랜드' 에서 1백명 음악팬들을 무료로 초청해 비밀 콘서트를 갖기 위한 것. 자신의 음악 만큼이나 소박하고도 푸근한 인상을 가진 그는 대규모 콘서트 대신 연주와 팬들과의 대화로 꾸민 아기자기한 콘서트에 매우 흡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야외 무대에서 그를 만났다.

- 지난 21일 팬들을 초청해 비밀 콘서트를 가졌는데.

"내 음반을 들어온 팬들을 대상으로 음반사에서 신청을 받아 1백명을 초청한 자리였다. 좋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음악가에게 큰 즐거움이다. 그날은 특히 팬들이 직접 내 곡을 연주해 감동받았다."

- 당신의 음악에 '레이크 루이스' '어 미라지 온 더 워터' '세일링 인 사일런스' 등 물을 소재로 한 서정적인 곡들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내가 호수가 있는 동네에서 자랐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 고향은 사이타마현인데, 그곳엔 강이나 호수가 없다. 그런 자연환경에 대한 동경심이 곡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 콘서트에서 당신은 유난히 '편히 쉬라' (Relax)는 말을 많이 썼다. 당신이 추구하는 음악이 그런 것인가?

"그렇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음악, 집중해 들어도 좋고 틀어 놓고 딴일을 해도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겐 엄격하고 힘든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정작 나는 쉬지 못한다."

- 당신의 음악을 '뉴 에이지' 라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괜찮다. 내 음악은 자연을 그린 것도, 혹은 사람의 심상을 그린 것도 있다. 넓게 보면 클래식 음악의 낭만파에 가깝다고 본다.

같은 뉴에이지라 해도 조지 윈스턴과 앙드레 가뇽,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과도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카모토는 신디사이저를 쓰기도 하지만 난 그렇지 않다."

- 신디사이저를 쓰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음악은 자연과의 대화다. 어쿠스틱 악기들은 사물과의 진동으로 소리를 내지만 전자악기는 스위치를 작동시켜 내는 소리다. 물론 전자악기는 집에서 쓰기엔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내 음반에 전자악기의 소리를 담고 싶지는 않다."

- 물리학(도쿄공업대 응용물리학 석사)을 전공한 당신은 진로를 뒤늦게 선택한 것 같다.

"두 가지를 병행하고 싶었지만 둘 다 공부가 필요해 음악을 택했다. 수학은 내 취미다."

한국에선 피아니스트로만 알려져 있는게 못내 아쉬운 듯 "드라마 음악도 많이 한다" 고 말하는 그는 "곧 제작에 들어갈 한.일 합작드라마 음악을 맡았다" 고 귀띔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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