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권하는 말] 회의에 숨어사는 당신, 이제 나오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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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커피가 식기 전에 회의를 끝내라
니시 히토시 지음, 손성애 옮김
넥서스비즈, 164쪽, 1만원

실바람에 엷은 신록이 살랑살랑 유혹하듯 손을 흔든다. 유리창 사이로 라일락 내음이 솔솔 스며든다. 사무실에 앉아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함에 빠져 있기엔 너무 아까운 계절이다.

어디 회의 없나. 자기 자리에서 인터넷을 헤매며 주식 시세를 살피거나 연예 스캔들을 좇는 것만은 못하지만 회의도 좋은 점이 많다.

우선 '회의 중'이라 함은 '업무 중'과 동의어로 통한다. 유능한 선후배 동료에 묻혀 한 마디 않고도 시간을 때울 수도 있고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기분에 젖을 수도 있다.

회의를 소집하는 입장이면 또 얼마나 좋은가. '계급장 떼고 막 가자'는 분위기만 아니라면 "내가 신입사원 때는…"하며 폼 잡기 딱 좋다. '아래 것'들 입은 막아놓고 정해 놓은 방향으로 몰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회의 없애자. 아주 없앨 수는 없으니 확 뜯어 고치자. 남의 아이디어에 무임승차하려는 사람, 자기 무용담만 되풀이하는 선배, 토론시간이 생산성과 비례한다고 믿는 상사를 보는 것은 이제 지겹다.

회의 개시 5분 동안 한 마디도 않는 참석자는 퇴장시켜라. 회의 목적에 어긋나는 발언은 가차없이 제지하라. 논의가 제자리를 맴돌 땐 회의를 해산하라.

브레인스토밍식 회의도 집어치워라. 쓸모없는 안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짜내 최종 해결책을 창출하는 회의 방식은 구시대 방법이다. 회의실 사용을 유료화하라. 반드시 돈을 물리라는 말이 아니다. 참석자 시간 비용, 공간 사용료, 물품비 등과 회의 결과를 비교하는 '회의 비용-효과'를 고려하라. 회의 참석자나 시간이 최소화될 것이다. '의사소통 회의'와 '의사 결정 회의'를 구분하고, 회의 리더는 단 한 명으로 정해 전권을 주자. 회의 목적을 미리 알리고 각자 의견을 미리 서로 알린다면 회의는 더욱 짧아지되 그 여운은 길고 빛날 것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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