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서봉수-안조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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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대우세의 徐9단 방심하다 위기

제5보 (73~95)〓백△의 한방에 명맥이 잡힌 흑은 75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후수로 넉점을 잡을 것같지도 않아 차라리 77로 발걸음을 옮겨버린다. 이로써 安5단의 강공은 대패로 끝났다. 이 한판을 연극에 비유한다면 여기까지가 1막이다.

2막은 徐9단의 흥겨운 콧노래로부터 시작된다. 대충대충 일을 끝내고 어딘가 놀러가고 싶은 사람의 콧노래. 그러나 방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다.

검토실에서는 '참고도1' 의 백1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흑A에는 백B, 흑C에는 백D. 흑이 마지막 기대를 품고 있는 좌변을 이런 정도로 정리하면 무난하다고 본 것이다.

徐9단은 78부터 훨씬 급하게 움직였다. 78에서 85까지는 지극히 노골적인 수순. 빨리 바둑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86 이후에 갈팡질팡한 것은 너무 대충 두다가 허를 찔린 장면. 89로 뚫린 것도 아프거니와 93에 응수를 못하고 쩔쩔매는 것도 이상기류를 느끼게 한다.

93에 '참고도2' 처럼 받다가는 흑12까지의 절단이 의외로 유력하다. 그래서 94의 바꿔치기로 나섰으나 이번엔 흑95의 젖힘에 응수가 고약하다.

막으면 끊을 것이다. 막지 못한다면 귀가 다 날아간다. 크게 한건 올린 뒤 콧노래를 부르며 방심하다가 순식간에 바둑이 이상해졌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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