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피지 유혈사태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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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구 80만명인 남태평양의 관광국가 피지에서 지난 19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이를 지지하는 야당과 정부편을 들고 있는 군경 사이에 유혈충돌의 위험이 높아가고 있다.

피지의 야당 지도자들은 21일 마헨드라 쇼드리히 총리와 각료들을 인질로 억류 중인 쿠데타 세력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야당 지도자들은 "우리는 내전에 대비하고 있다" 며 "무력으로 쿠데타를 진압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국민적 신임을 잃은 라투 마라 대통령은 즉각 사임하라" 고 촉구했다.

그러나 피지의 군경은 쿠데타 세력이 장악한 의회를 포위하고 총리와 각료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피지 야당지도자의 아들이자 기업인인 조지 스파이트가 이끄는 쿠데타 세력은 총기를 들고 의회에 침입해 쇼드리히 총리와 정부 각료, 의회직원 등 수십명을 인질로 붙잡았다. 당시 의회에 진입한 쿠데타 인원은 7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피지에서는 원주민과 인도계 주민 사이에 토지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돼 왔고 인도계 출신인 쇼드리히 총리의 인도계 우대 정책이 야당의 반발을 사왔다.

쿠데타 세력은 21일 억류된 인질 중 20여명으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은 뒤 석방했다. 그러나 쇼드리히 총리는 지지를 거부하고 있으며 폭행을 당해 한때 실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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