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탈많은 '새로운 예술의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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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로운 예술의 해' 무용 부문 참가 단체들은 지난 4월 말 우편으로 한 통의 괴(怪)공문을 받았다.

새로운 예술의 해 무용부문 분과위원장 명의의 이 공문엔 세가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첫째는 새로운 예술의 해 무용 부문 공동 인쇄물을 제작할 계획이니 자료제공에 협조해달라는 일상적인 내용. 그러나 다음은 엉뚱했다.

▶새로운 예술의 해에서 대관을 섭외한 공연의 경우 티켓 판매 수입의 일부를 분과에서 가져가며▶새로운 예술의 해 무용 부문에 선정된 작품으로 외부에서 공연 협찬금을 받은 경우 새로운 예술의 해가 직접 영향을 미쳤으면 협찬금의 30%, 간접 영향이면 5%를 수수료로 내라는 것.

한 무용단체의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 수수료를 받아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은 데다 기준을 정한 원칙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 며 황당해했다.

"사적으로 지원금을 받은 것도 아닌데 새로운 예술의 해 분과위원회가 수수료를 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며 아예 지원금을 거부하겠다고 흥분하는 단체도 있다.

이 과정에서 공연을 앞둔 한 기획사는 새로운 예술의 해 조직위에 거세게 항의한 끝에 조직위로부터 당초 이 공연의 외부 협찬은 새로운 예술의 해 작품으로 선정되기 이전에 이뤄진 것이므로 수수료 징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내기도 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 새로운 예술의 해 추진위원회 사무국은 "우리는 행정적인 지원만 할 뿐 이번 일은 분과사업의 고유 결정" 이라고 말했다.

무용분과의 한 위원은 "이번 결정은 무용분과위원들이 함께 내린 것" 이라며 "문화관광부로부터 받은 사업 지원금이 부족한 데다, 특히 비디오 댄스 작업엔 돈이 많이 들어 새로운 예술의 해 사무국에서 기업 스폰서를 구해 남는 제작비를 사무국 운영경비로 쓰려했던 것" 이라고 해명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이런 배경 설명이 공문에 없었다면 오해의 소지는 있었겠다" 고 덧붙였다.

새로운 예술의 해가 시작된 지 다섯달째. 지금까지 무용 부문의 공연은 고작 지방에서 한 작품이 무대에 올랐을 뿐이다. 공연은 없고 잡음은 끊이지 않는 '새로운 예술의 해' 의 행보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현정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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