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구매 역차별 규정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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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군 관계자들은 "무기구매 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얼마 안되는 전문인력마저 군장비 도입 과정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 라고 지적한다.

국내 방위산업체가 개발, 군에 납품하는 무기획득 사업의 경우 전문가들이 개발 과정에 관여하게 돼 있다.

즉 방위산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개발단계에 기술 책임자로 참여하게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장비를 구입할 때는 사정이 다르다. 국방부 훈령인 국방획득관리 규정에는 해외에서 장비를 구입할 때 관련 분야 전문가의 참여를 '필수' 가 아닌 '선택' 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 A씨는 "대북감청 정찰기 구매사업인 백두사업에는 감청 소프트웨어 관련 전문가가 단 한명도 참여하지 못했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계약목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어떤 기술을 들여오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계약서에 계약목록을 명시하는 것은 기본" 이라며 "사업권을 따낸 미국 E시스템사가 기밀을 핑계로 목록전달을 회피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한 중견 무기거래상은 "해외 장비의 성능이나 기술력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군 관계자가 아닌 무기 거래상들" 이라며 "그래서 다소 불리하게 계약이 이루어져도 우리 군이 이를 정확히 검증하기 어렵다" 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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