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씨 '피의자 9단'…검찰 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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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영자씨 입을 통해서는 한걸음도 수사 진전을 기대하지 못하겠다."

서울지검 서부지청이 구권화폐 사기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수배했던 張씨를 지난 17일 검거하고도 고민에 휩싸였다.

검찰은 물론 법률적 시비를 피하기 위해 사건 초부터 張씨를 긴급체포하지 않고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왔다.

그러나 수사 관계자는 "19일 현재 張씨는 특유의 어법을 구사하며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거나 아예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고 전했다.

검찰 수사관이 이제까지 확보한 張씨의 진술은 "나는 피해자" 가 전부일 정도. 게다가 張씨는 "법무부에 보낸 탄원서에 내 모든 주장이 담겨 있다" 며 아예 입을 열지 않아 수사 관계자를 애태우고 있다.

張씨는 또 "나는 수천억원대의 재산가다" "나를 뭘로 보느냐" 며 오히려 검찰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 특히 張씨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휴식과 진찰을 요구, 검찰을 더욱 난감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張씨는 17일 제공된 세 끼 식사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8일 오전에는 여성 수사관 2명의 감시 아래 잠을 청하기도 했고 검찰은 張씨의 요구에 따라 의사를 불러 주사를 놔주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張씨가 두 차례의 구속과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사기사건에 관한한 전문법률가 수준의 지식을 갖추는 등 검거 전부터 보통 피해자 수준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면서 "막상 검거해보니 예상한 수준을 훨씬 웃돈다" 고 혀를 내둘렀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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