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한미합동 피해신고센터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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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수십년간 폭음과 폭탄 파편으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보상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

"최악의 생활환경 탓인듯 이 지역 10여명이 선천적 기형과 청각.언어장애로 고생하고 있으니 폭격훈련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해주기 바랍니다."

"매향1리 黃모(60)씨의 아들(31)은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부터 언어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또 金모(60.여)씨의 아들(40)도 생후 몇개월 만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하반신 장애가 왔습니다. "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 미공군 사격장 폭격 피해에 대한 한.미 합동조사단(단장 이광길 국방부 군수국장.마이클 던 주한미군사령부 부참모장)이 18일 현지를 찾자 주민들이 쏟아낸 얘기다.

조사단은 매향1, 5리 이주대책위원 백봉현(白鳳鉉.40)씨 등 주민대표로부터 피해 현황을 듣고 쿠니사격장 등에 대한 조사활동을 벌였다.

군.관.민 대표 등 28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주민대표.군청 관계자.미 7공군 관계자 등으로부터 피해 실태 및 훈련상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조사단은 우정면사무소에 피해신고센터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

도착 직후 미군 폭격기들의 포탄 탄착지점으로 사용되고 있는 매향1리 앞 농섬을 찾은 조사단은 생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화약냄새와 화학물질이 타는 듯한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르는 섬의 모습에 놀랐다.

사격장 주변 해안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곳곳에 포탄 껍질이 쌓여 있었고 군데군데 폭발로 생긴 웅덩이가 있었다. 주민들의 주택은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유리창이 깨진 곳은 흔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농섬 바로 옆에 있던 기미섬의 경우 섬 전체가 물에 가라앉아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주민 나성옥(羅成玉.73)씨는 "사격장이 생기기 전까지 기미섬과 농섬은 풍어제를 지내고 어울려 놀던 소중한 섬이었다" 고 회상했다.

한편 매향리 주민피해대책위원회(위원장 전만규)는 18일 한.미 공동조사에 불참하면서 항구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항의서를 국방부에 전달했다.

화성〓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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