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역사스페셜'서 내시 실체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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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내시도 부인과 자식을 두었다. 족보도 있어 집안 내력을 서로 따진다. 왕이 내시를 걷어차거나 놀리는 장면은 사극에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전혀 없었다.

KBS1 '역사스페셜' 이 20일 저녁8시 방송할 '제3의 세력 내시' 는 호기심의 대상인 동시에 숱한 오해와 편견에 시달려온 내시의 실체를 조명한다.

신라시대에 첫 모습을 보인 내시는 왕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정사에 깊숙이 관여했지만 역사 속에서 늘 무시되고 천시돼 왔다.

내시는 알려진 대로 남성을 상실한 고자, 즉 환자(宦子)를 의미한다. 온순하고 입이 무거우며 신비한 베일에 가려진 내시는 왕의 신격화에 적격이었다.

내시는 우연한 사고로 거세된 자는 물론 본인이나 가족이 자의적으로 거세해 된 경우도 있다. 이같은 자궁자나 준자궁자는 일반 백성들이 궁생활을 동경한 데서 비롯됐다.

고려말에는 집단으로 내시를 키워내는 사설 양성소가 생겨났고 조선시대 '경국대전' 에는 내시의 승진규정이 명시되는 등 왕궁 질서의 중요 제도로 자리잡게 된다.

'역사스페셜' 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내시 윤득부를 시조로 하는 족보 한 권을 발굴, 소개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내시의 족보는 조선조 정종 때 내시 이윤묵에서 비롯됐다.

그는 "내시들은 각각의 성을 가진 남자를 양자로 삼아 대를 잇는다. 낳은 은혜 못지 않게 키우는 은혜도 크기 때문" 이라고 족보를 만든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

또 제작진은 서울 월계동에서 내시 부부가 합장된 흔적이 있는 묘비를 소개, 내시에게도 부인과 성이 다른 자손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밖에 제작진은 임진왜란때 선조를 업고 의주까지 피난갔다 왔다는 공로로 연양군에 봉해진 내시 김계한의 후손 유재현(72)씨를 인터뷰했다.

유씨는 "사극에서 내관을 발길로 찬다든지 욕을 한다든지 하는 장면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잘못된 것"이라며 드라마에 묘사된 내시의 모습에 큰 반감을 드러낸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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