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출구전략·일자리 창출 균형이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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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키워드는 ‘고용’이다. 경기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일자리 체감도가 나아지지 않고선 국민이 경기회복을 실감할 수 없다. 대통령 주재의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신설해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문제를 챙기겠다는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고용 창출의 장단기 걸림돌을 제거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금융 등 거시정책에서 확장 기조를 당분간 유지키로 한 것도 고용시장의 침체와 맞닿아 있다. 올해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7만 명 감소할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 일반 국민이 내년 경제정책에서 가장 원한 것도 ‘일자리 창출 및 서민생활 안정’(복수응답, 72.6%)이었다.

아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거시정책을 ‘긴축’ 모드로 전환할 경우 소비와 투자가 다시 움츠러들면서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에도 재정 ‘조기집행’을 계속해 상반기에 연간 재정지출의 60%를 투입할 예정이다. 기준금리도 가급적 늦게 올리기를 희망한다.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매달리겠다고 나선 것도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낼 여지가 있는 곳이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수출산업의 일자리 생산 능력은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다. 정부는 의사·변호사·약사 등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방송·콘텐트·레저산업 등 유망 서비스업을 체계적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제부처의 이런 의욕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기존 이익집단들의 반발을 뚫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일년 내내 말만 많았지 성과가 없는 영리의료법인(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대표적 사례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면 서비스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부정책 속도는 늦은 감이 있다. 경제부처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좀 더 강한 의지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는 “서민들을 위해서도 서비스 부문의 규제개혁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5% 성장을 예상하는 정부 전망에 큰 무리가 없다고 평가한다. 우려되는 것은 ‘복병’들이다. 두바이 사태와 같은 국지적 금융불안,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가계부채, 자산시장 거품 등 대내 요인도 만만찮다. 특히 경기가 괜찮아지는 만큼 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출구전략’ 요구가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경제학과 안국신 교수는 “어차피 금리를 크게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정부가 자산가격 불안을 주시한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차원에서 금리를 소폭 인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출구전략’과 ‘일자리 창출’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가 내년 경제운용의 관건인 셈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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