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산업디자인진흥원 조성용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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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자유분방의 상징인 '노랑머리' 가 공공기관에도 등장해 논란이 분분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의 벤처지원팀에 근무하는 조성용(趙誠庸.31)씨. 경력 5년차 유부남 중견 직원인 그는 이달 초 갑자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채 출근해 선후배들을 놀라게 했다.

아무래도 일반 회사보다 보수적인 공기업이라서 직원들 사이에서 찬반 양론이 터져나왔다. 젊은 층은 "너무 멋있다.

공기업이라고 튀지 말란 법이 있느냐" 며 두둔하는 편이다. 이에 비해 간부급일수록 "디자인.중소업계의 민원인 접촉이 많은 지원부서 종사자로서 품위에 문제가 있다" 며 갸우뚱했다.

"외국의 한 유명 게임 업체는 머리를 염색하면 월급을 5% 더 준다고 해요. 튀는 아이디어가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인데 일단 외모부터 튀는 게 나쁘지 않다는 회사 판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

정보컨텐츠팀의 한 직원이 사내 통신망에 올린 격려어린 글이다. 그런데 정작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뭔가 바꿔 보고 싶었다" 며 담담한 표정이다.

그는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직장생활에서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부서에서 의욕적으로 일하겠다는 심정에서 문득 헤어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들었다" 고 말했다.

노랑머리를 결행한 뒤 "너무 잘 어울린다" 는 부인과 "열심히 해 보라" 는 부서장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키 1백72㎝, 몸무게 67㎏의 보통 체격에 동료와도 잘 어울려 결코 튀지 않는 보통 직장인이라는 게 주변의 평이다.

趙씨는 지난달 말 벤처지원팀이 신설될 때 치열한 사내 공모 경쟁을 뚫었다. 토익 8백60점으로 비슷한 연배 직원 가운데 영어 실력도 출중하다.

원광대 응용미술과 재학 시절 귀걸이를 할 정도로 자유스러움을 즐겼으며, 미국 메이저 리그 상위팀의 1~9번 타자 이름을 줄줄 욀 정도로 지독한 야구팬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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