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파출소서 어버이날 잔치 흐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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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전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오후에 집 뒤에 있는 중랑경찰서 묵2파출소 쪽에서 노래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파출소옆 공터에서 노인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게 아닌가.

어버이날을 맞아 파출소 직원들이 혼자 사는 동네 노인들을 모시고 식사와 다과를 대접하는 작은 잔치를 연 것이었다.

평소 언론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됐던 경찰이 어버이날이면 더욱 서러우실 가족 없는 노인들을 위로해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음을 보고 새삼 나는 내 이웃을 위해 무엇을 했나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파출소를 찾아가 얘기를 들으니 평소에도 순찰을 돌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의 건강도 살펴보고 많지는 않지만 라면과 쌀을 사다주곤 한다는 것이다. 또 생활이 어려운 어린이 집에도 방문해 학용품도 조금씩 사주곤 한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묵2파출소뿐 아니라 중랑경찰서의 파출소 대부분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날 경찰 아저씨들이 순찰을 돌 때 같이 따라가 혼자 사는 노인 한분을 소개받아 돌보게 됐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이 달이 더욱 외롭고 힘겨워 할 이웃들을 생각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오미애 <서울 중랑구 묵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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