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규제 '백만 어머니 행진' 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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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신종합〓이상언 기자]총기 규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인 '백만 어머니 행진' 행사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열려 수도 워싱턴에서만 15만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주최측은 이날의 행사가 워싱턴 중심부 내셔널 몰을 비롯해 33개주 70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됐으며 모두 1백여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행사 참가자들은 "해마다 미국에서 수만명의 무고한 목숨들이 총기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며 "미국의 어머니들은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이 총기에 의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 고 절규했다.

지난해 컬럼바인 고교의 총기난사 사건때 숨진 로넨 타운젠드의 어머니 돈 애나는 워싱턴의 행사장에서 "정치인들은 들으라. 우리는 당신들을 주시하고 있다" 고 외쳤다.

'백만 어머니 행진' 참가자들은 "모든 총기에 방아쇠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총기 소유자들이 등록하고 허가를 받도록 법을 만들라" 고 촉구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은 문명화된 국가 중에서 최고의 살인사건 발생률을 기록한 가장 폭력적인 나라" 라며 총기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도 "우리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이름으로 이곳에 모였다" 며 총기 규제 강화를 요구했다.

이날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의사당, 워싱턴 기념비로 둘러싸인 내셔널 몰에는 '지각 있는 총기 규제, 안전한 어린이, 백만 어머니 환영' 이라고 쓰인 초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또 행진에 참가한 어머니와 가족들은 권총 그림 위에 붉은 선이 그어진 팻말을 들고 나와 '총기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를 선언했다.

행사에는 1968년 대통령선거 유세 중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딸 캐슬린 케네디 타운젠드와 힐러리 여사, 앨 고어 부통령 등이 참여했다.

한편 총기업자 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는 백악관 근처에서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기규제 반대시위를 열고 "총기규제가 아닌 교육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미 CNN방송은 4월말 갤럽과 함께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의 76%가 총기규제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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