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軍 무기도입 부실고리 끊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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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린다 김 로비의혹' 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몇몇 사람들의 일탈행위나 스캔들에 모여지기에는 사안이 너무나 중대하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과연 이대로 우리 국방의 요체라 할 무기 수입체계를 방치만 할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사태의 본질을 제대로 규명하는 길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때문에 우리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을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스캔들을 수사하란 말이냐' 며 미적거리는 당국의 태도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1993년 감사원의 대대적인 율곡(전력증강사업)감사 이후 군은 이전에는 일체 비밀에 부쳤던 무기체계 선정절차 및 결과를 사업별로 공개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무기도입을 둘러싼 문제점이 해소됐다는 핑계로 96년 군특검단까지 해체했지만, 그 이후에도 린다 김을 비롯한 무기 로비스트들의 편법적인 '활약' 은 여전했다는 것이 이번에 밝혀졌다. 이래서야 어떻게 막대한 국민세금을 믿고 맡기겠는가.

물론 로비활동 합법화도 장기적 과제에 속한다. 국내에서 공개적인 로비활동을 벌이다간 자칫하면 알선수재죄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기 십상이다.

앞으로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로비활동의 양성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군이 무기도입 시스템은 물론 관계자들의 복무자세부터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일이 우선 급하다.

우리는 연평균 4조원어치 무기를 사들이는 세계 4위의 무기 수입국이다. 그런데 무기도입 과정이 지금처럼 음성적이고 주먹구구식인 데다 툭하면 정치권 '실세' 들이 끼어드는 허점이 있다면 국가안보는 차치하고 '복마전' 이란 오명조차 피하기 어렵다.

재작년 미 상무부가 펴낸 보고서의 '한국군의 무기구입은 지연.학연.권력이 동원된 로비를 통해 결정되며, 구체적 설명보다는 비공식 만찬과 골프회동을 통해야 빨리 성사된다' 는 지적을 상기해 보라. 투명성은 시늉만 낸 현행 무기도입 과정과 관련자의 공인의식 부족, 만성화한 외압시비가 계속되는 한 우리는 무기상과 로비스트들의 '봉' 노릇을 면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안보태세마저 금이 가고 말 것이다.

군은 보안을 구실로 꺼려온 무기도입 정보 공개범위를 대폭 확대해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로비스트들이 다 아는 정보라면 이미 기밀이 아니며, 보안은 무기획득보다 운용과정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온당하다.

또 1~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는 현행 체제를 장기근무로 바꿔 전문성을 제고하되 상응한 감시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이 각성하지 못하면 차기 잠수함 사업 등 지금 추진 중인 굵직한 사업들도 비리의혹에 휘말릴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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