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퇴짜 맞고 최만석 비선 새로 만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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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에게 정치자금 제공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뒤 경부고속철도 최종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불안해진 알스톰사가 비선(秕線)으로 崔만석(59)씨를 고용, 가동한 것 같습니다."

경부고속철도 차종 선정 기간중 프랑스 알스톰사의 공식 로비스트로 일했던 강귀희(姜貴姬.64.사진)씨는 12일 전화 인터뷰에서 "崔씨와 扈기춘(49.구속)씨의 로비 활동은 비공식 경로에 의해 진행됐다" 고 말했다.

지난 9일 출국한 姜씨는 현재 프랑스 파리 근교의 자택에 머물고 있다.

1953년 숙명여대 영문과 재학중 초대 미스코리아에 당선된 姜씨는 74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엘리제궁 앞에 고급 한국음식점 '르 쎄울' 을 열고 프랑스 유명인사와 교분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오버 스코어' 란 기술중개 회사를 설립, 프랑스와 한국 기업간의 기술제휴를 중개하면서 테제베(TGV) 도입에 깊숙이 관련했다.

姜씨는 현재 서울에서 '노이폼 하우스' 라는 건강식품 판매회사를 차려 대표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扈.崔씨를 알고 지냈나.

"80년대 중반부터 알스톰사와 자문 계약을 하고 TGV 도입을 위해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扈씨를 자주 만났다. 扈씨는 TGV 선정과정에 상당히 기여했으나 대가성있는 활동인 줄은 몰랐다. 내가 국내활동 부분을 맡고 있었던 만큼 崔씨와 알스톰 사이에 공식적 계약은 없을 것이다. TGV와 독일의 ICE가 박빙의 경쟁을 벌이면서 막판에 기용된 인물일 것이다."

- 알스톰사가 崔씨를 기용한 이유는.

"나는 전체 사업비용(21억달러)의 5%를 에이전트 비용으로 받는 대신 이중 3%인 6천만달러(당시 환율로 4백80억원)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키로 알스톰과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무산되면서 초조해진 알스톰이 崔씨를 동원, 정치권에 줄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 알스톰이 직접 정.관계에 돈을 뿌리자는 제의를 한 적은 없나.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10년을 끌어온 사업인데다 말썽도 많아 세인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었다. 대통령도 거절한 돈을 누가 감히 받겠나. 설사 은밀하게 건네져도 언젠가는 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도하지 않았다."

- 崔씨의 로비 덕택에 TGV가 ICE를 따돌리고 낙찰했다고 생각하나.

"나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알스톰에 조언했다. 결국 처음 입찰가에서 2억여달러를 낮춰 응찰한 것이 주효했다. 崔씨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 일부에선 사건이 불거지자 파리로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사업차 예정대로 출국한 것뿐 이번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 2주 정도 있다가 귀국할 예정이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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