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린다 김 로비의혹 보도에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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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기거래 로비스트 린다 김의 로비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가 연일 계속되자 검찰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검찰은 중앙일보가 첫 보도를 한 지난 2일 린다 김의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요청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보도만으로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며 재수사에 착수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특히 일부 언론보도가 린다 김과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의 섹스 스캔들로 흐르는 듯하자 재빨리 "부적절한 관계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고 강조하면서 '수사 불가' 를 기정사실화했다.

하지만 언론보도가 집요하게 계속되자 11일부터 검찰 주변에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수사 불가를 외치면서도 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신승남(愼承男)대검 차장은 12일 경부고속철도 로비 의혹 사건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린다 김에 대한 재수사를 묻는 질문이 계속 튀어나오자 "그 얘기는 그만 하자" 며 말을 끊었다.

"수사를 않는다" 는 종전의 분명한 의지가 다소 약해진 듯한 느낌을 주는 발언이었다.

검찰은 그동안 린다 김이 정.관계에 불법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계속된 보도에 대한 여론의 동향을 주시해 왔다.

한때 린다 김을 수사했던 검찰로서는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국민의 책임 추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끝까지 재수사를 거부할 경우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영주권자인 린다 김이 거주하는 LA 현지에서는 린다 김이 확실한 신변 보장을 받았기 때문에 검찰 수사가 예정된 상황임에도 자진 입국했다는 '빅딜 설' 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지난 3월부터 린다 김을 네차례 소환 조사했던 서울지검에서는 "린다 김이 사업을 위해 들어왔다고 하더라" 며 소문을 일축하고 있다.

막상 언론에 밀려 수사에 착수해도 무엇을 얼마나 밝혀내야 할지도 검찰로서는 고민스럽다.

문민정부 정.관계 고위 인사들로 이어지는 불법 로비가 있었다면 이를 끝까지 추적해 의혹을 깨끗하게 해소해야 하고, 없다면 거꾸로 "로비는 없었다" 고 국민을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부고속철도 선정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수사하면서 왜 린다 김 로비 의혹은 수사하지 않는지" 를 설명해야 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도대체 중앙일보가 언제까지 기사를 쓸 것인가" 라며 "2일부터 12일까지 기사가 계속되고 있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의 수사 불가 의지가 언제, 어떻게 꺾일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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