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낙선운동 본격화…시민단체 명단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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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총선을 한달 보름 앞둔 일본에서도 '바꿔' 열풍이 불고 있다. 10일 일본 정계는 명암이 엇갈렸다. 집권 자민당은 발칵 뒤집힌 데 반해 야당은 가뿐한 표정이었다.

시민단체가 총선 사상 처음으로 발표한 낙선 후보 22명의 명단이 거의 자민당 유력 의원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명단을 공개한 단체는 도쿄(東京)의 '시민연대 물결 21' . 부적격 후보의 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가운데 명단을 공개한 것은 이 단체가 처음이다. 22명은 이 단체가 인터넷.가두활동을 통해 전국을 상대로 낙선 대상자를 투표로 뽑은 결과 상위에 오른 현직 의원들이다.

자민당이 16명으로 전체의 70%를 넘었다. 그 다음은 무소속(3명), 자유당(2명), 공명당(1명)순이었다. 부적격 후보 1위는 2백20표를 받은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전 총리.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이 단체는 투표결과를 그대로 공개했다. 2, 3위에는 자민당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간사장과 에토.가메이파 회장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전 건설상이 올랐다. 모두 자민당의 거물 정치인들이다.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은 현 총리인 모리 요시로(森喜朗)가 5위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총리를 지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현 대장상)도 6, 7위였다. 공명당의 경우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대표가 10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의 후임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밀실정치 행태로 도마에 올랐거나 독직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의원 등이다.

이 단체는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정경유착.금권정치.반(反)평화.인권 등 반헌법적 행동을 비롯한 6개 항목을 기준으로 종합평가했다" 고 대상자 선정과정을 밝혔다.

자민당은 시민단체의 낙선대상자 명단공개에 거당적으로 대항하고 나섰다. 스즈키 무네오(鈴木宗男)총무국장은 "낙선운동은 민주적이 아니다. 경쟁 후보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 고 비판했다.

물론 명단에 낀 의원들도 펄쩍 뛰었다. 노나카 간사장측은 "줄곧 평화주의를 관철해 온 노나카 간사장을 반헌법적이라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 시민단체는 명단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쿠라이 젠사쿠(櫻井善作)대표는 "밀실정치의 주역인 자민당 의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고 강조했다.

선거 주무부서인 자치성은 명단발표에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특정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이 아니라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는 견해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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