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10억 달러 유가 하락 ‘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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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6위 산유국인 멕시코가 내년 유가하락에 대비하는 ‘보험’에 들었다.

멕시코 정부는 2010년 수출 원유를 대상으로 유가가 떨어져도 가격을 보전받을 수 있는 10억 달러 규모의 풋옵션(미리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헤지거래를 체결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풋옵션 기준가격은 배럴당 57달러로 정했다. 내년에 유가가 배럴당 57달러 이하로 떨어져도 멕시코 정부는 헤지거래 덕분에 정해진 가격에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 물론 유가가 연중 57달러를 꾸준히 넘어서면 헤지거래로 이득을 보는 것은 없지만 좋은 시장가격에 원유를 팔 수 있으니 나쁠 게 없다.

멕시코가 유가 하락에 대비한 헤지거래를 체결한 것은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한 뒤 다시 침체)과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아구스틴 카스텐스 멕시코 재무장관은 “헤지거래는 일종의 보험”이라며 “내년 유가가 그렇게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헤지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제유가를 배럴당 평균 59달러로 전망했다.

멕시코 정부는 올해도 국제유가 하락에 대비하는 헤지거래로 재미를 봤다. 풋옵션 기준가격을 배럴당 70달러로 정한 멕시코는 상반기 유가 하락 덕분에 지금까지 5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헤지거래 하나로 올해 멕시코 세수의 7%가 넘는 돈을 번 것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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