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하종현교수 모교에 대표작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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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후배들이 작품으로 나를 계속 만날 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내년부터는 교실에서 마주할 기회가 없으니까요. "

한국 추상화 역사의 산 증인으로 꼽히는 홍익대 미대 하종현 교수(64)가 내년초 정년 퇴임을 앞두고 대표작 13점을 최근 모교에 기증했다.

교수인 화가는 많은 국내 화단이지만 이처럼 대표작을 한꺼번에 기증하는 일은 드물어 눈길을 끈다.

홍익대 박물관은 이를 기념하는 작품전을 13~27일 교내 현대미술관에서 연다.

하교수는 "20세에 입학해서 졸업 직후 3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45년간 홍익대학교를 떠난 일이 없다" 고 회고하고 "작품을 기증하는 것도 학교에 나를 영속시키고 싶어서일 것" 이라고 말했다.

기증작품은 모두 1백호~2백호에 이르는 대작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작가로서 단독 출품했던 '접합 92-13' , 67년에 제작한 기하학적 경향의 작품 등 그의 지난 날을 더듬어볼 수 있는 구작에서부터 지난해와 올해 그린 신작까지 포함돼 있다.

그는 "수백점의 내 작품 중 가장 의미와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 것을 선별했다" 고 밝혔다.

기증 작품의 대부분은 물감을 마대의 뒷면에서 앞면으로 밀어내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 접합(接合)연작이다.

파리와 일본 등 외국화단에서 "독특한 한국의 멋" 이라고 극찬한 그의 화풍은 다양한 변주를 거치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교수는 "미술관들이 예산부족으로 좋은 작품을 소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 이라고 지적하고 "우리 화단에서도 작품 기증이 많아지기 바란다" 고 말했다.

정년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하교수는 "가르치는 일이나 사회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작품에만 전념할 것" 이라며 식지 않은 창작의욕을 드러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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