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기외채 이대로 괜찮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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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계속 줄던 외채(外債)가 지난해 말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올 3월말 현재 단기외채 비중은 30.3%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월말 수준으로 높아졌다니 다소 충격적이다.

정부는 문제없다지만 환란(換亂)의 악몽이 아직도 생생한 우리로서는 정부의 외환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총외채는 올들어 68억달러나 늘어 3월말 현재 1천4백32억달러에 달했다.

정부는 경기회복으로 기업의 외상수입, 금융기관 단기차입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또 대외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51.9%대로 안정수준이라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의 외환수급 상황과 단기외채 증가속도 등을 볼 때 이런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다는 느낌이 든다.

올 3월말 현재의 단기외채는 4백34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53억달러, 98년말과 비교하면 무려 1백27억달러나 늘어났다.

무역수지는 계속 악화, 내년이면 적자로 돌아서 자칫 외환보유액을 깎아 먹을지도 모를 판이다.

98년 4백6억달러이던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는 1백20억달러로 급감하고 있다.

우리의 총대외채권이 총외채보다 1백40억달러나 많아 외환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대외채권 중 상당부분은 현지에 투자됐거나 손실이 난 것으로 당장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내에 있는 외국인 주식자금은 조금만 이상한 기미가 있으면 금세 빠져나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달러를 무조건 쌓아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단기부채를 못막아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던 2년반 전의 일을 생각할 때 정부는 외채관리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금융기관의 단기 해외거래에 대한 교통정리도 필요하며, 외환자유화 계획 그리고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도 재검토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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