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현대 북한의 지도자…" 출간 서대숙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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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남북의 지도자 두분이 사소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민족의 장래를 논의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북한연구에 한 평생을 바치고 최근에 '현대 북한의 지도자-김일성과 김정일' 을 출간한 서대숙(徐大肅.69)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 겸 하와이대 석좌교수는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다른 소회를 느끼고 있었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는 남북의 정상에게 두가지를 당부했다.

첫번째는 남북간에 확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6.25가 일어난지 50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평화협정 조차 맺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이번엔 꼭 평화선언을 해야 합니다. "

그의 주문은 남북 정상간의 상설적인 협의창구의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정상이 신임하는 인사를 서울과 평양에 상주하게 해 각종 현안과 교류문제를 수시로 논의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徐교수는 지난 5년간의 북한정치를 "군이 정치일선에 나선 기형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김정일(金正日)체제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 으로 요약했다.

요즘 분명하게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북한을 고정불변으로 보는 시각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김정일이 개방할 생각을 갖고 있고 개방할 수 있는 체제의 안정성도 갖췄다고 본다" 면서 "도전세력이 형성되지 않는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개방정책을 펴나갈 것" 으로 전망했다.

金총비서가 합리적이고 측근의 의견도 존중하는 스타일이며 자기 지지기반을 늘 돌아볼 줄 아는 용인술을 갖추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徐교수는 "김정일이 정상회담에 호응해온 것을 단순히 돈 때문으로 해석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며 "북한이 이탈리아.호주 등 서방선진국과의 국교수립에 나선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선 우리측이 손익계산에 집착하기 보다는 포용정책을 확고히 견지해야 한다" 면서 "이산가족 상봉 못지않게 군사문제 협의창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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