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 회동]쌓인 앙금 풀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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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9일 단독으로 만났다.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난 것은 1997년 12월 DJ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뒤 청와대 회동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오해가 해소됐을 것"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기대했다.

두 사람은 30년이 넘게 경쟁과 협력의 관계를 유지해온 덕분에 "다른 사람이 중간에 끼어서는 전달할 수 없는 많은 부분을 몇마디 말로도 교감할 수 있다" 는 것이다.

YS는 DJ에게 그동안 '독재자' '거짓말쟁이' 등 독설(毒舌)을 퍼부어왔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가 나빠진 것은 "오해 때문" 이라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YS를 국회 청문회에 불러내려 했던 여당 내의 분위기와 그의 차남 현철(賢哲)씨 문제를 꼽고 있다.

청문회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됐을 뿐 나의 뜻은 아니었다" 는 해명을 金대통령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철씨의 복권과 측근 홍인길(洪仁吉) 전 총무수석의 가석방 문제에 대해서도 金대통령의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양측 모두 공식적으로는 "논의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으나, 이 관계자는 "이 대목에 대해 金전대통령의 오해를 풀어줄 설명을 준비했다" 고 말했다.

YS는 박종웅(朴鍾雄)의원을 통해 "현철이 문제는 얘기하지 않겠다" 고 입장을 밝힌바 있다.

더구나 "두 사람이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고, 대리인을 통한 접촉 창구도 마련할 것" 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당장 협조관계는 아니더라도 더 악화될 소지는 줄인 셈이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대한 서로의 시각과 경험을 교환함으로써 "6월 남북 정상회담의 초당적 추진력을 높였다" 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두 사람이 이날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총선 이후 정치적 이해가 맞아떨어진 때문이라고 정치권에서는 판단한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양당구도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기세는 두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다.

여권 관계자는 "DJ는 전.현직 대통령의 국정운영 제휴라는 명분을 통해 야대 양당구도를 일정수준 관리할 수 있으며, YS도 좁아진 운신의 폭을 확대할 수 있다" 고 분석했다.

여기에 여권은 과거의 민주화 세력이 화해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민주화 과정에서 보인 협력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경제위기는 물론 남북 정상회담을 둘러싸고도 두 사람은 역사적 평가에 대한 경쟁관계이기 때문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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