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씨 귀국후에도 '낮은 포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이 8일 오후 미국에서 돌아왔다.

1주일 전 출국 때와 마찬가지로 김포공항은 측근과 민주당 관계자 1백여명으로 붐볐다.

하지만 그는 조용했다. 평소의 다변(多辯) 대신 "유익한 여행이었다" 는 인사말과 미국 경제동향 등만 언급했다.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으려 했다.

핵심 측근은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 라고 말했다. 대신 "남북 정상회담 등 국가 현안과 국정 안정을 위해 묵묵히 일할 것" 이라고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했다.

총선에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야당의 공세 타깃이 됐고, 당내에선 견제 기류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너무 일찍 선두에 나서면 적이 많아진다' 는 판단을 그가 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24일로 잡혀있던 당직자들과의 금강산 관광도 같은 이유로 불참키로 했다.

대신 그는 인맥 구축과 북한 및 경제관련 공부에 역점을 두겠다고 한다.

'당내 민주화' 론을 매개로 386세대를 포함, 많은 인사를 접촉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친분있는 교수들로부터 경제와 북한문제를 집중적으로 교습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 27일에는 방한 중이던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조남기(趙南起)부주석을 숙소로 찾아가 북한과 김정일(金正日)총비서에 대한 정보를 듣기도 했다. 한 측근은 "지금은 내실을 다질 때" 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석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