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DJ-YS 청와대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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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권교체 후 첫 단독회동을 하루 앞둔 8일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양측은 신중한 모습이다.

金대통령은 지방 휴양시설인 청남대(靑南臺)에서 사흘간 YS와의 회동.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구상을 한 뒤 이날 오전 청와대로 돌아왔다.

YS는 1994년 김일성(金日成)주석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작성했던 '비밀 파일' 을 들춰보며 회동에 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시 YS는 "실무준비와 별도로 회담장에서 말은 내가 하는 것" 이라며 북한 전문가의 조언.정보 보고를 메모형식으로 정리해 놓았다고 상도동 관계자가 전했다.

그런 움직임으로 미뤄 DJ-YS회동은 평양 정상회담을 놓고 서로의 준비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도동측은 "남북 정상회담과 별개로 부정선거.지역편중인사 등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얘기도 YS가 꺼낼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YS는 지난 7일 상도동을 찾은 한 민주계 인사에게도 "이번 총선은 흑색선전과 관권.금권이 극심했는데 DJ를 만나면 꼭 지적하겠다" 고 말했다고 한다.

DJ정권을 비판해온 역할과 이미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선 두 사람의 만남이 여소야대 양당구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사람이 흔쾌히 재회하는 것은 현재의 정치상황에 대한 시각과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산 출신 한 의원은 "정치 9단인 두 사람이 총선 이후 정국 상황을 바라보는 동물적 직감은 비슷하다" 고 말했다.

4.13총선 결과는 3金1李(李會昌총재)간에 적당히 유지돼온 무게중심을 상당부분 한나라당 李총재쪽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결과는 남북 정상회담 등 후반기 정국운영을 앞둔 DJ입장에서 볼 때 답답한 구도다.

정치적 영향력을 되살리려는 YS도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양金의 속내는 3金 청산세력의 중심에 선 李총재에 대한 견제" 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경쟁과 협력으로 점철된 양金관계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적당한 긴장과 타협이 공존하는 흐름으로 갈 것" 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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