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연정 차단 나선 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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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 정권 일각에서 자민련.민국당과 함께 '일본식 연정(聯政)' 을 추진하려고 하는 데 대해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6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여권에서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을 제쳐놓은 채 비(非)한나라당 연합을 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정치를 포기하고 청와대 주도의 일방통행식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몽상에서 비롯된 것" 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식 연정론은 지난 1일 김대중 대통령과 만난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대행이 꺼낸 얘기다.

4.13총선에서 국회 과반수의석(1백37석) 획득에 실패한 여권에 金대행 나름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金대통령은 당시 관심있게 들었지만 연정 시행 여부에 대해선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지난 며칠 동안 한나라당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河총장이 갑자기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은 "여권에서 金대행의 제안을 실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李會昌총재의 한 측근)이라고 한다.

이 측근은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문제에 협조적인 민주당의 태도▶金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회동 가능성을 언급한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 발언 등을 그 징후로 꼽았다.

"공천탈락으로 한나라당에 한을 품고 있는 金대행의 경우 언제든지 여당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고 이 측근은 덧붙였다.

따라서 여권의 연정 추진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는 데 당직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河총장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 등을 미끼로 군소정당을 유혹할 경우 金대통령의 임기 후반은 더욱 어려워질 것" 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여당에선 느닷없는 발언으로 치부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여권에선 '연정' 이란 단어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고 부인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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