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바 날개 단 아이온, 중국·북미·유럽으로 훨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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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의상 등 중국서 성공 첫 단추=개발 기간 4년, 비용 약 230억원을 들인 ‘아이온’은 개발 초부터 동서양을 모두 공략하는 글로벌 MMORPG(다중접속온라인 역할 수행게임)를 표방했다. 아이온이 지난 1년간 벌어들인 돈은 해외 로열티 포함 2000억원.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일본·대만·미국·유럽·러시아 등 해외로 뻗어나갔다.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이 중국. 상하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88층 금무빌딩에서 조명을 이용한 대형 프로모션을 통해 당당한 위용을 뽐낸 ‘아이온’은 지난 4월 16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계약금 5000만 달러 규모로 수출돼 국내 게임 역사상 가장 높은 액수로 중국에 수출된 ‘아이온’은 게임 내에 중국 황실의 의상을 추가했다. 한국 게임 ‘미르의 전설2’ 등을 퍼블리싱하고 있는 샨다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초기 51대였던 서버 수는 1년이 지난 현재 157대를 기록하는 등 데바 날갯짓이 무리 없이 중국 대륙을 덮었다는 평을 얻었다.

◆문화콘텐트 유일 북미서 100만 장=동양권에서 만든 게임 중 현재까지 서양에서 흥행 홈런을 날린 작품은 거의 없다. 이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만들 때 문화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번역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 소홀한 것도 한 요인이다.

현재 한국 시장에서 55주 1위(게임트릭스)를 달리고 있는 ‘아이온’은 서양 시장에서의 행보도 거침없다. 지난 9월 북미·유럽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11월 초까지 판매한 패키지 개수는 100만 장이 넘어섰다. 사전 예약 판매 45만 장을 기록하더니, 9월 말 97만 장, 10월에 100만 장을 돌파했다. 이는 한국 문화콘텐트로서 북미·유럽 시장에서 100만 단위 판매를 기록한 최초의 성과다.

현지화 준비도 탄탄했다. 해외 현지 개발 스튜디오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1년 전부터 준비했다. 16명의 판타지 소설가를 고용해 초벌 번역된 영어를 어색하지 않은 영어로 만들었다. 게임 내용에 따로 서양적인 문화를 입히기보다는 번역 작업을 제대로 해서 어색한 느낌을 없애는 데 주력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미국판 아이온은 한국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 현지의 평가”라고 전했다.

◆스토리가 세상을 지배한다=‘아이온’은 가상 세계(판타지)에 살고 있는 천족(天族)과 마족(魔族), 그리고 이들을 위협하는 용족(龍族) 간의 갈등을 기본 줄거리로 한다. 레벨마다 다양한 퀘스트나 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험을 떠나는 느낌과 함께 거대한 스토리를 접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 문화콘텐트의 글로벌 전략의 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거대 시장 중국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와 미국서 통할 ‘대박 콘텐트’ 개발이 그것이었다. 시나리오를 비롯한 원천 콘텐트만 잘 만들면 적어도 난관을 쉽게 이겨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해리포터는 미국을 전초기지로 세계적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고향 영국에 남았더라면 지금의 인기는 없었다”며 “미국서 흥행 순위에 오른 영화들은 수천만 달러를 순식간에 벌어들인다. 현재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게임이 유일하다. 다른 콘텐트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의 성과에 힘입어 올 3분기에 연결매출 1663억원, 연결영업이익 566억원을 달성했으며, 처음으로 해외 매출이 52%를 기록, 국내 매출을 뛰어넘었다.

박명기 기자

◆아이온=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천족(天族)과 마족(魔族), 그리고 이들을 위협하는 용족(龍族) 간의 갈등을 기본 줄거리로 하는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이다. ‘아이온’은 게임 속에 존재하는 탑의 이름. 플레이어는 천족과 마족 중 한 종족을 선택, 이야기의 주체가 되어 게임 속 갈등을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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