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위기 재발땐 외화자금 지원-ADB총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아시아 국가들에 금융위기가 재발할 경우 외화자금을 지원해주는 기능이 아시아개발은행(ADB)안에 신설될 전망이다.

이럴 경우 그동안 일본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제안이 상당한 진전을 보게 되는 것이다.

태국 치앙마이에서 6일 개막된 ADB 33차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한.중.일 3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0개국 등 13개국 재무장관들은 이날 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통화.금융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재무장관들은 아시아권에 금융위기가 재현될 경우 역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ADB가 역내 통화기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ADB를 아시아에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기능을 하나로 묶은 형태로 탈바꿈시킨다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아만의 독립적인 통화기금 창설을 주창해 왔으나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하는 미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도 5일 일본이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ADB 총회에서 통화스왑제도(특정국가가 외환위기를 당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많은 나라가 일단 해외부채를 대신 갚아줌) 도입을 제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세안 재무장관들은 또 역내 국가들의 경제개발을 돕기 위해선 ADB 재원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현재 7백억달러 규모인 각종 재원을 단계적으로 1천억달러로 늘려, 한해 융자금 규모를 현행 약 50억달러에서 80억달러까지 늘려가기로 했다.

이같은 계획은 부수적으로 북한의 ADB가입을 촉진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무장관들은 이와 함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 3월 아태 경제협력체(APEC) 서울포럼에서 제안했던 '단기 국제투기자본의 이동을 공동 감시할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 에 대해서도 앞으로 실행방안을 찾기 위한 실무 접촉창구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한편 이날 총회장 입구에서는 세계화에 반대하는 3천여명의 군중들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여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대들은 ADB가 전세계 빈국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치앙마이(태국)〓김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