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린다 김 재수사 추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이 로비스트 린다 김의 로비의혹에 대한 재수사 착수 시기와 방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재수사 착수에 따른 이해 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4일 "이번 사건은 어떻게 매듭짓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면서 "여러 경우의 수를 놓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관계자들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의 말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은 현재 '수사 불가'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싶어하는 눈치다.

재수사에 들어가더라도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을 말끔히 해소할 자신감이 없는 탓이다. 현 정부 들어 린다 김의 로비의혹에 대해 감사원.기무사 등이 조사를 벌인 상황에서 다시 수사한다 해도 뾰족한 성과를 내놓을 공산이 작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 3월부터 50여일에 걸쳐 진행된 린다 김의 로비의혹에 대한 서울지검의 수사를 뒤집는 결과가 나올 경우 당시 수사팀에 대한 책임추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청와대 사직동팀-서울지검-특별검사-대검이 '릴레이 수사' 를 벌였으면서도 그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던 옷 로비 사건의 악몽도 떠올리는 눈치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 여론의 수사 촉구는 원론적인 얘기로 이해하고 있다" 며 "재수사 착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수사를 하지 않겠다" 고 버틸 수 없다는 데 검찰의 고민이 있다.

지난 3일 남궁진(南宮鎭)청와대 정무수석이 수사 착수 가능성을 내비친 발언을 한데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압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해 진실규명 작업을 외면할 경우 이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고스란히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히 검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더욱 거세지거나 이 사건이 국회에서 정치쟁점화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여기에다 린다 김이 1996년 30억원을 국내에 들여왔다는 본지의 보도도 검찰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재수사 착수 여부를 명확히 해달라" 는 거듭된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문제 출제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답을 쓰느냐" 며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일단 수사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심산이다.

재수사에 착수할 경우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재수사에 나서는 모양새는 최대한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재수사 착수 여부에 대한 확실한 언급없이 시간을 끌고 있는 것도 전격적인 수사에 대비한 자료축적과 함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결국 린다 김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착수 여부는 다음주 초 결정될 전망이다.

박재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