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김 파문…여 "신중" · 야 "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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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린다 김 로비사건' 의 파고가 계속 정치권으로 밀려들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반응은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정치쟁점화를 경계하는 모습인 반면 한나라당은 의혹을 제기하며 철저수사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3일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 검토라는 강수까지 들고 나왔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방과 안보에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누가 관련됐든 성역없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며 "우리 당은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하겠다는 방침" 이라고 했다.

특히 한나라당은 사건의 본질을 국가기밀의 누출과 로비의혹으로 규정, 개인의 스캔들로만 치부하려는 움직임을 성토하고 나섰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로비라는 본질보다 구(舊)정권 인사들의 사적인 스캔들 정도로 몰아가려는 분위기는 용납할 수 없다" 며 "국회차원에서의 국정조사가 필요한 사안"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6대 국회 원(院.지도부) 구성과 동시에 린다 김 로비사건을 첫째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대응은 신중하다. 사실 정권교체 후 처음 이 사건에 집착했던 쪽은 여권이었다.

1998년 국회국방위 국정감사 당시 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의원 등은 백두사업과 관련한 로비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으며 천용택(千容宅) 당시 국방부장관도 철저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인 로비의혹이 제기된 지금 여권은 입조심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지도위원회의 등을 열었지만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일절 언급이 없었다" 며 "당 차원에서 공식 반응을 내진 않을 것" 이라고 거듭 못박았다.

여권은 오히려 이 사건이 정치공방으로 번지는 것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고위관계자는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정찰사업 관련 무기도입 문제가 불거지는 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고 했다.

또 "구정권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자꾸 들추면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9일 회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토로했다.

국정운영 기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쟁점화를 피하겠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미는 남이 봤는데 수사를 제대로 안해 욕먹을 필요는 없다" 며 철저 수사방침을 시사하면서도 "수사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지 정치권에서 떠들 일은 아니다" 고 했다.

반면 여권은 이같은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긴장 속에서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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