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김 뒤 봐주는 사람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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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98년 검찰의 백두사업 비리 수사 때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기소중지됐던 로비스트 린다 김은 지난 2월말 자진 귀국했다. 검찰의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린다 김은 서울지검 공안2부에서 몇차례 조사를 받은 뒤 지난달 29일 뇌물공여 및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백두사업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회장으로 있던 IMCL사 직원들을 통해 군 장교들로부터 2급 군사기밀 6건을 빼내고 백두사업 실무진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98년 수사 때 검찰은 현역 군인과 군무원 등 7명을 구속 수사했다.

만약 린다 김이 당시에 조사를 받았으면 구속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란 게 수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린다 김은 관련 군인.군무원이 구속된 점으로 미뤄 자신이 구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귀국한 것이다. 미국 영주권자인 린다 김으로서는 미국 체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는 자진 귀국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따라서 린다 김의 귀국에는 '보다 큰' 배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린다 김은 귀국해 조사를 받을 경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단순히 조사만 하고 불구속 기소할지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기소중지자들은 변호사를 통해 검찰의 신병처리 계획을 알아본 뒤 불구속 방침이 확인될 경우 자진 출두하거나 자수한다" 고 설명한다.

그러나 서울지검 관계자는 "린다 김이 자진 귀국에 앞서 변호사를 통해 수사검사 등에게 검찰의 신병처리 계획을 확인해보거나 불구속 수사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고 말한다.

그렇다면 린다 김은 검찰이 자신을 구속할지 여부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배짱 좋은 인물' 로 볼 수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한 편이다.

오히려 자진 귀국에 앞서 누군가로부터 검찰이 불구속 기소할 것이란 정보를 얻었거나 불구속한다는 보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관련, 검찰의 몇몇 관계자들은 "린다 김이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 언론에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뿐 아니라 '또다른 실세들' 을 상대로 모종의 로비를 벌였다는 첩보가 98년 수사.정보기관에 입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전했다.

본지의 취재 결과 린다 김의 로비 대상이었던 인사들은 그녀의 귀국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결국 린다 김과 꾸준히 연락을 취해온 다른 실세들이 그녀의 귀국에 모종의 도움을 줬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 착수를 망설이는 진짜 이유가 린다 김의 석연치 않은 귀국 동기와 깊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검찰 일각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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