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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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사 보도에 있어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공인의 경우는 국익과 공익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특히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가의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방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중앙일보는 40여일 동안 취재를 하며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과 검증작업을 벌였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충분히 반론하도록 노력했다. 린다 김의 경우 취재팀과 접촉을 완강히 거부했으나 끈질긴 설득으로 변호사를 통해 1차로 만나고 나중에는 직접 인터뷰했다.

취재 과정에서 관련 인사들의 증언과 물증을 통해 수많은 전.현직 공직자가 의혹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변호사들의 조언을 받고 공인의 사생활 보도는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참고해 '국민의 알 권리' 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라는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에만 기사화한다는 보도 기준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국군의 무기 구매사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린다 김이 무기거래 로비스트라?사실을 알고도 개인적 친분을 유지했던 당시 국방부장관.국회 국방위원장과 이들에게 개인적 만남을 주선한 인사들의 실명을 밝혔다.

이들은 직위.직무와 관련된 로비스트 등 이해 당사자와 만남을 특별히 자제했어야 했다.또 고위 공직자들에게 로비스트를 적극적으로 소개한 처사는 국익에 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다.

이번 보도가 과거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허물을 뒤늦게 문제화해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와 사회 지도층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해 로비를 도와주거나 직무상 취득한 기밀을 넘겨줌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의 기간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도록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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