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총장 “G20, 출구전략 중심 역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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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세계 경기가 1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회복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은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와 무역 불균형으로 보호주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 증대를 위한 각국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G20(주요20개국)은 다양한 국제 경제 시스템을 묶는 가교 역할을 하는 기구로, 내년 G20 회의 개최국인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세계 경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아시아는 경기 과열(overheating)의 위험이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뜨거워지지 않은(underheating) 상태다. 각 국가·지역 사정에 따라 출구전략을 펴야 한다. 위기 때 각국이 공조했던 것처럼 출구전략 시행도 협력해야 한다. G20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보호주의 압력은 어떤가.

“올해 세계 교역량은 지난해에 비해 10% 정도 줄 것으로 보인다. 교역액 감소의 90%는 경기 침체 때문이고 9%는 무역금융 지원이 안 돼서다. 보호무역에 의한 감소는 1%다. 하지만 보호무역 압력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1~2년은 더 계속될 것이다. WTO는 보호무역이 경기 회복을 방해하지 않도록 각국 보호무역 조치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쌍무협상은 늘고 다자간 협상인 도하라운드(DDA)는 부진하다. WTO 무용론까지 나온다.

“쌍무협상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농업 보조금 등 쌍무협정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보호주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어 DDA 타결은 중요하다. 빈곤국에는 쌍무협정보다 다자협상이 더 공정하다. DDA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많은 진전이 있었다. 최근 제네바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 2010년까지 DDA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내년 1분기에 협상 점검을 위한 통상장관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 무역 불균형 해소에 대한 지적도 높다.

“무역 불균형은 무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시경제 정책의 문제이고 각국의 소비율·저축률의 차이 등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수출을 위해 많은 부품을 수입한다. 무역 불균형은 생산·수출·수입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

-한국에서 내년에 G20 회의가 열린다.

“한국은 경제 발전에서 무역의 혜택을 많이 본 나라다. 한국은 다자·양자 간 무역 시스템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캐나다와 함께 다음 정상회의를 공동 개최하는 한국이 자유무역 발전을 위해 많을 노력을 해 주길 기대한다.”

염태정·문병주 기자

◆DDA=WTO 도하개발어젠다협상. 우루과이라운드에 이어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출범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 당초 2005년 타결을 목표로 했지만 농산물 수출입을 둘러싼 갈등, 공산품 시장 개방에 대한 대립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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