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 그룹차원 자구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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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대쇼크' 가 증시의 주가반등으로 진정국면을 보여 다행이다.

그러나 '위기설' 이 완전 불식되고 현대계열사 주가가 제대로 상승탄력을 받으려면 그룹의 구조개혁이 속히 가시화해야 한다는 시장의 분위기는 거듭 주목을 요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투신이 내놓은 경영정상화 계획은 시장을 안심시키기에 턱없이 모자란다. 구체성이나 실현가능성이 희박한데다 기간마저 너무 길어 투자자들의 인내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마저 이를 믿고 돈을 빌려줄 수는 없다고 수정을 요구한 정도다.

현대쇼크는 현대투신의 부실에서 촉발됐지만 그룹의 경영행태와 지배구조 개선 및 구조조정 노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근본원인이라는 점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그룹 차원의 강도 높은 자구(自救)노력이 있어야 하며 여기에는 경영.지배구조 혁신은 물론 대주주나 계열사의 현대투신 부실해소 참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

그 한 방안으로 오너의 사재(私財)출연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는 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현대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다.

현대투신의 부실은 한남투신 인수처럼 본의아니게 떠맡은 몫과 대우채권 손실 등과 같은 자기책임이 공존하고 있다.

더구나 금융감독원과 참여연대의 조사 등에서 드러났듯 현대투신이 고객 돈을 현대계열사 지원자금에 사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부실원죄론에서 대주주인 계열사나 오너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의 부실해소를 위해 장기저리의 유동성 지원은 불가피하지만 현대측의 성의있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특혜' 시비도 잠재울 수 있다.

시장의 신뢰를 쌓는 길이 무엇인지는 현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처리의 투명성과 신속성이며 '시간벌기' 만큼 현 시점에서 위험한 일도 없다.

현대주가 폭락사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현대 관련 주식을 일제히 매도함으로써 촉발됐고 불안의 불씨는 그대로 잠복해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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