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SBS '아름다운 성' 첫회 합격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상파 TV에서 성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프로그램으로 표현 수위가 관심을 끌었던 SBS 토크쇼 '아름다운 성' 이 29일밤 전파를 탔다.

방송사 스스로도 한주 방송을 연기하면서까지 여론의 눈치를 본 이 프로는 일단 우리 사회 성인들의 성문화에 대한 솔직한 접근으로 '성인용 성교육 프로' 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횟수의 진실' 이란 부제 아래 성인 남성 5명이 나와 "나의 부부 관계 횟수는?" "부부관계를 방해하는 적은 무엇인가?" 등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아내와 성행위를 하다가 아이에게 들켜 민망스러웠다. 소중한 자식들이지만 부부간 성행위에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피곤한 것이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오히려 성관계에는 도움이 된다."

이처럼 성인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여럿 나왔다.

"일주일에 몇번 같은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인지가 중요하다" 로 결론을 맺은 것은 가십성 겉핥기로 성을 끊임없이 상품화해온 브라운관이 성에 대한 공개적, 이성적 논의의 장을 처음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아름다운 성' 은 화면 우측 상단에 미성년자 시청불가 표시를 하고, 토크 이외의 재연방식을 일체 도입하지 않는 등 '선' 을 지키려고 노력한 부분이 엿보였다.

그러나 이 프로의 관건은 이같은 하드웨어보다 제작진의 진실성에 있을 것이다.

최근 '나는 더 벗을 게 없다' 는 식의 자기 고백서들이 "솔직을 가장한 돈벌이 상품" 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활자보다 훨씬 '인화성' 강한 브라운관의 '성담론'은 연출자와 출연진의 진솔한 자세 없이는 선정성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아름다운 성' 첫회는 지나치게 익살스런 표현이나 남성중심적 시각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발언의 흐름은 진솔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다.

'아름다운 성' 의 성공은 시청률이나 표피적 반응에 연연하지 않고 제작진이 지속적으로 진솔한 연출 자세를 유지할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