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접촉서 정상간 단독회담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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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 양측은 27일 두번째 준비접촉에서 정상회담 관련 실무절차 문제를 사실상 매듭짓는 등 6월 평양 정상회담을 향한 발걸음을 성큼성큼 내딛고 있다.

준비접촉을 지켜본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2차 접촉만 놓고 보면 1백점 만점에 80점 정도 될 것" 이라고 비교적 만족해 했다. 실무절차는 1994년 '김영삼-김일성 정상회담' 합의 때의 전례를 준용한다.

이 경우 ▶대표단은 수행원 1백명.기자 80명▶회담형식은 쌍방 정상간 단독회담▶경호.통신 실무자는 사전접촉▶북측의 실황중계 약속 등이 대부분 지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 선발대의 평양 파견과 20여명의 대통령 경호팀 체류문제, 서울~평양간 통신시설 문제 등

비교적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회담 소식통의 귀띔이다.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제시한 판문점 상봉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방안과 관련, 양영식(梁榮植)수석대표는 "북측도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왔다고 본다" 고 밝혀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철수.보안법 철폐 등 이른바 '근본문제' 를 북측이 제기했느냐는 질문에 그

는 "회담이 생산.실무적이고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며 언급을 피했다.

우리측은 다음달 3일 세번째 접촉에서 실무절차 합의서를 타결짓고 의제문제도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평양회담(6월 12~14일)한달 전인 5월 중순까지는 실무합의를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도 서

있다.

북측이 이에 동의할 경우 의전.경호.통신 같은 세부적인 사항은 3명 내외의 실무자간 접촉에 넘기고 향후 준비접촉은 의제문제를 집중 협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며 "의제 선정을 놓고 양측이 입씨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특별한 의제없이 쌍방 정상이 '포괄적인 현안' 을 논의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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