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구속…어린 두 딸 '고아신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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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린이날엔 엄마.아빠가 돌아오실 거래요. 어린이날 다음날은 또 내 생일이니까 생일잔치도 해야 되거든요. "

26일로 16일째 '고아 아닌 고아' 신세로 큰집에 맡겨진 金모(6)양 자매는 부모가 잠시 출장갔다는 친척 어른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자매가 어린이날과 언니 생일잔치를 부모와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金양 자매의 아버지인 민주노총 공공연맹 경기도노조위원장 김헌정(37)씨는 지난달 31일에, 어머니인 민주노총 경기북부협의회 양미경(37)조직부장은 지난 11일 경찰에 각각 구속됐기 때문.

아버지 金씨는 임금체불과 일방적인 사업주의 정년단축에 항의하는 의정부 환경미화원의 파업을 도왔다는 혐의(집시법 위반.업무방해 등)고, 어머니 양씨는 공공연맹 노조간부를 연행한데 항의해 의정부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벌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구속된 金씨의 형 헌도(41)씨는 "동생 부부가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조카들이 돌아오는 어린이날을 부모와 함께 맞도록 법이 관용을 베풀어주기 바란다" 고 말했다.

공공연맹 박희석 대외협력국장은 "파렴치범도 아닌 노조간부 부부를 함께 구속하는 것은 전례에 비춰 법집행의 형평을 잃은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의정부지청 정구환(鄭求桓)차장검사는 "경찰이 단일 사건으로 부부에 대해 함께 영장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별개의 혐의를 적용해 각각 영장을 신청한 사건이어서 부부가 구속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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