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시민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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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큰일났다.
금도끼로 계수나무나
베어다가 양친
모시자던 아이들 노래가
지구촌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

아폴로가 내 표면을
다녀가고 지구 주위에
인공위성들이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애들 달 따기 놀이
소리가 안 들리는 게
더 무서웠다.

급기야 지구 사람들이
나를 제 땅이라고
문서 작성하고 나섰다.
욕심나면 저지르고 마는
그 인종들에게 나는
조만간 분할 점령되겠지.

이해는 하겠다.
전쟁과 테러와 실업과
부익부 빈익빈의 틈새에서
발 디딜 데를 못 찾고
헤매는 인간들이
끓어넘치는 지구를
노상 보고 사니까.

23년 전 미국 사람이
나를 놓고 장사할 때는
한가지 놀이로 여겼다.
요즘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땅에서 벌이는 달 장사는
놀이로 안 보인다

50여년 전 시작한 전쟁을
여태도 하는 그 나라
사람은 전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 같아서.

하기야 내가 한껏 빛날
추석이 내일모레인데
설레며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는 마당에
아무려면 어떤가.
그 땅 젊은 녀석 하나가
제것인 듯 달 장사를
시작했다 한들 뭐가
큰일이겠어. 날 가지고
뭘 하든 맘대로 해라.
대신 웃고나 살아주면
좋겠다. 나도 좀 웃게.

*한 대학생이 달에 있는 토지와 달나라 시민권을 판매하는 달 장사에 뛰어들어 경찰이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송은일<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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