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통나무집 레스토랑 운영 이경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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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외환위기로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었지만 그것이 계기가 돼 소망하던 통나무집을 갖게 됐고 수입도 곱절로 늘어 개인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지요. "

투자신탁회사의 잘 나가던 지점장에서 레스토랑 주인으로 변신한 이경수(45)씨. 충남 서산시 읍내동 부춘산 옥녀봉 아래쪽 산기슭에 자리한 통나무 레스토랑 '샤모니' 가 그의 새로운 삶의 터다.

통나무집에 대한 이씨의 애착은 남다르다. 등산 관련 서적을 2천여권이나 소장할 정도로 등산.암벽 애호가인 이씨는 정년 퇴직 후 통나무 산장을 짓고 사는 게 소망이었다.

그래서 7~8년 전부터 통나무집에 대한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준비' 를 해오던 터였다.

그런데 1997년말 찾아온 외환위기는 뜻하지도 않게 이씨의 꿈을 앞당겨줬다.

그해 12월 회사가 파산해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 그는 2개 증권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거절하고 이 기회에 시골로 내려가 통나무집을 짓고 장사를 하면서 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이씨는 98년 4월부터 경기도 양평.가평 일대로 땅을 보러 다녔다. 그러나 땅값이 비싸 포기하고 같은 해 6월 고향인 서산에서 지금의 터를 찾아냈다.

3백평짜리 대지를 평당 70만원씩 2억1천만에 매입했다. 시세가 평당 1백만원 이상인 땅이었으나 경매에 부쳐지는 바람에 땅주인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평당 70만원에 내놔 싸게 살 수 있었다.

땅을 보러 돌아다니는 와중에 이씨는 안산통나무학교 과정을 이수했고 국내에서 잘 지어졌다는 통나무집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등 자료를 모았다.

가급적 손수 집을 짓고 싶어서였다. 그해 11월부터 집짓기에 들어갔다.

설계를 이씨 자신이 해결했고 기술자 등 일꾼을 직접 부려가며 일에 매달렸다. 원목은 인천 부두에서 사왔다.

통나무집 전문건설업체에 맡기는 것보다 비용이 최소 1억원 이상 절약돼 1층 60평, 2층 35평 등 95평 규모의 통나무집을 짓는 데 평당 3백15만원 꼴인 3억원 정도 들었다.

주방기기를 마련하고 인테리어비로 1억5천만원을 더 쓴 뒤 지난해 8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서산 일대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통나무집인 데다 공원 옆이라는 입지 덕분에 장사가 꽤 쏠쏠해 한 달 평균 4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종업원 인건비와 식자재비 등 비용과 투자비의 금융 기회비용을 제하고 순수하게 한 달에 1천만원 정도가 떨어진다.

지점장 시절 이씨의 연봉이 5천5백만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월급쟁이 때의 두 배 가량을 버는 셈이다.

이씨는 "최근 서울에서 내려온 부동산컨설팅 회사 직원이 12억원 정도에 통나무집을 팔라는 제의를 했으나 지금은 팔 생각이 없다" 고 말했다.

서산〓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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