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가의도 은행나무 400년만에 '장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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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던 충남 태안군 근흥면 가의도(賈誼島)의 수컷 은행나무(높이 20m.수령 4백여년)가 주민과 경찰의 도움으로 최근 장가를 갔다.

4백여년 전 중국에서 건너와 이 섬에 정착한 가의(賈誼)라는 사람이 심은 나무로 알려진 은행나무는 그동안 이 마을(44가구 77명)의 어린이 놀이터와 주민들의 모임터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이 섬에 암컷 은행나무가 없어 열매를 맺지 못했었다. 외로운 노총각 은행나무에 서광이 비친 것은 지난 17일 이도조(李道祚)충남지방경찰청장이 수색작전 순시차 섬을 방문하면서부터.

주민들은 李청장에게 은행나무의 딱한 사연을 전하고 "소원을 풀어달라" 고 부탁했다.

李청장은 자신의 판공비 20만원으로 암 은행나무 3그루를 구입,가의도에 보내줬다. 주민들은 암 은행나무를 수컷 옆에 심어 4백년된 총각나무의 '한(恨)' 을 풀어주었다.

수령 7~12년의 암 은행나무(개량종)는 일명 '포도송이 은행나무' 로 열매가 크고 많이 열려 올해부터는 주민들에게 사랑의 열매를 듬뿍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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