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영진 '우리집 나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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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집 나무들은

나무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살아온 이야기다

지양리 큰 밤나무들은

힘이 장사셨다는

증조 할아버지 나무고

마당가 대추나무

인물이 좋으셨던

할아버지 나무고

앞천 방 수양버들

어머니가 시집 오던 해 심은

아버지 나무고

- 김영진(56) '우리집 나무들' 중

고향은 아무리 길어올려도 마르지 않는 시의 샘물이다.

어린 날의 기억들뿐 아니라 몇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할아버지들이 살아온 이야기도 낱낱이 간직하고 있다.

꽃 피고 열매 맺던 집 둘레의 나무들도 집안의 내력을 나이테에 새기고 있는 족보다.

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

다만 그 샘물을 길어 올릴 줄 아는 이가 있어야 시가 되는 것.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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