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나무들은
나무가 아니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살아온 이야기다
지양리 큰 밤나무들은
힘이 장사셨다는
증조 할아버지 나무고
마당가 대추나무
인물이 좋으셨던
할아버지 나무고
앞천 방 수양버들
어머니가 시집 오던 해 심은
아버지 나무고
- 김영진(56) '우리집 나무들' 중
고향은 아무리 길어올려도 마르지 않는 시의 샘물이다.
어린 날의 기억들뿐 아니라 몇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할아버지들이 살아온 이야기도 낱낱이 간직하고 있다.
꽃 피고 열매 맺던 집 둘레의 나무들도 집안의 내력을 나이테에 새기고 있는 족보다.
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
다만 그 샘물을 길어 올릴 줄 아는 이가 있어야 시가 되는 것.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