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서 벤처인들 한수 배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굴뚝이 9개로 구미공단내에서도 가장 많은 한국전기초자에 지난 15일 한 무리의 손님이 찾아왔다.

이들은 중부권 벤처기업가의 모임인 '사람과 사람' (가칭)의 회원 15명으로 IMF 관리체제 퇴출 1호 기업인 한국전기초자를 2년만에 우량기업으로 바꾼 전문경영인 서두칠 사장을 만나 한수 배웠다.

'사람과 사람' 은 대덕연구단지를 비롯 충남 천안과 충북 청주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들의 공부 모임.

이들은 1997년말 부채비율 1천1백%에 경상적자가 6백억원에 이르렀던 회사가 2년만에 부채비율 94%에 1천억원의 흑자로 반전했다는 설명에 놀랐다.

브라운관과 모니터용 유리를 만드는 공장답지 않게 깨끗했다.

용광로 열기로 뜨거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곳곳에서 냉방기가 가동됐고 공장 천정까지 라인을 깔아 효율을 높였다.

우리정도(청주)의 장태순 사장은 "구석구석까지 손길이 닿아 있고 작업자의 표정이 밝은 게 인상적이었다" 고 평했다.

77일 동안의 파업으로 노사관계가 악화된 회사에서 1년 3백65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근무한 徐사장의 체험 특강이 이어졌다.

재고.매출.제조원가 등을 직원에게 알리고, 직원 부인을 초청해 회사 내용을 설명하고 교양강좌를 여는 등 사장과 직원의 생각을 일치시키는 데 노력했다는 대목에서 박수가 터졌다.

지니텍(대전)의 이경수 사장은 기술 개발의 어렵다며 비결을 물었다.

徐사장은 "기술자를 봉급쟁이로 몰면 안된다" 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 말했다.

성공의 요체를 묻자 徐사장은 "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다시 대기업으로 성공하는 비율은 5% 안팎" 이라며 "성공한 5% 기업은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존중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고 강조했다.

4시간 가까운 토론이 끝난 뒤 모임의 대표인 에이팩(대전) 송규섭 사장은 "회사가 커지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겨 고민했는데 이번 견학이 큰 도움이 됐다" 며 "기존 제조업과 신생 벤처기업간의 장점을 주고 받는 연계작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구미〓이석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