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과학 상식 바로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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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 가운데에는 호기심이 남다른 사람들이 많다. 어떤 과학자는 ‘배꼽에 끼는 때는 왜 보통 파란색일까?’라는 기발한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못 말리는 호기심을 자랑하는 과학자의 책 엉터리 과학 상식 바로잡기(민음in 펴냄, 칼 크루스젤니키)를 통해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일상에 물음표를 던져 보자.

부엌에는 신기한 것들이 많다. 특히 전자레인지는 신기한 기계다. 음식은 뜨겁게 가열하지만 정작 자기는 전혀 뜨거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전자레인지에서 막 꺼낸 음식이 겉은 차가운데 안은 뜨거워서 먹다가 혀를 데어 본 적은 없는지? 이런 경험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레인지가 음식을 속부터 익힌다고 잘못 알고 있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로 음식을 익힌다. 마이크로파는 유리·종이·파이 껍질·지방은 물론 대부분의 도자기를 그대로 통과한다. 반면 물은 마이크로파를 잘 흡수한다. 마이크로파는 물 분자를 직접 흔든다. 그러면 물 분자는 1초에 약 24억 5000회 진동해서 인접한 물 분자와 마찰을 일으켜 조리에 필요한 열을 만든다. 이것이 마이크로파가 음식을 조리하는 원리이다.

양파처럼 동그란 모양의 껍질이 여러 겹 있는 식품을 생각해 보자. 각 껍질의 두께가 1cm고 들어오는 마이크로파 에너지의 10%를 흡수한다고 가정하자. 첫 번째 껍질은 들어오는 에너지의 90%만을 남긴다. 그 나머지는 81%만 남기고 세 번째는 73%만 남긴다. 이런 식으로 계속하면 마이크로파 에너지의 대부분은 외부 껍질에 잡히고 중심으로 갈수록 적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전자레인지 속의 음식은 겉에서 안으로 익는다.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음식이 겉은 차갑고 안은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파이 껍질이나 지방이 많이 포함된 반죽은 수분 함량이 낮다. 전자레인지에 파이를 넣고 가열하면 껍질은 그다지 뜨거워지지 않지만 안쪽의 내용물은 뜨거워 진다. 그래서 파이를 베어 물면 상대적으로 수분이 적어서 차가운 곳을 지나 더 뜨거운 내용물에 도달한다. 그래서 혀를 데는 것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습관에도 재미난 사실들이 숨어 있다. 손가락 관절을 꺾어서 소리를 내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 소리는 어떻게 생길까? 손가락 끝을 세게 갑자기 톡 잡아당기면 ‘똑’하는 소리가 난다. 손가락의 연결 마디인 관절 안의 뼈들 사이에는 체액이 채워져 있고 이 공간의 양쪽에는 인대가 있어서 뼈들을 서로 잡고 있다. 손가락을 잡아당기면 연결 마디 속 공간이 커지고 그 결과 압력이 떨어진다. 짧은 순간 인대가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압력이 떨어짐과 동시에 1000분의 1초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기포(대부분이 이산화탄소)가 생긴다. 이 기포가 생겨나는 동안 ‘팍’하는 소리가 난다. 기포는 넓어진 연결 마디 공간을 채우고 연결 마디 공간안에 갑자기 기포가 생겼기 때문에 체액은 갑자기 인대를 밀어내 원래 위치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렇게 튕기듯 돌아가는 인대가 또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낸다.

[자료제공=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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