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박총리…DJP 조정역 맡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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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태준(朴泰俊.TJ)총리가 착잡하다고 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공동정부의 자민련 몫으로 총리가 된 TJ로선 친정이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참패한 것이 충격일 수밖에 없다는 것. 지난 14일 간부회의에서 자민련이 17석을 얻는 데 그친 패인을 보고받고 TJ는 외마디만 내뱉었다고 한다.

"그러니… 참-. " 1997년 7월 포항북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넉달 뒤 자민련 총재직에 올라 화려하게 정치를 재개한 TJ는 그 뒤 "명예를 회복했고 국정참여의 길이 열렸다" 고 말해왔다.

수시로 "자민련 출신 총리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고 밝혔고 자민련의 공동정부 철수 발표 이후에도 당원 신분을 유지했던 그다.

그런 만큼 그간 정치권과 거리를 뒀던 TJ의 자세가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만큼 자민련의 역할 공간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TJ가 김대중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JP)명예총재 사이에서 거중(居中)조정역을 맡으리란 관망이 우세하다.

조영장(趙榮藏)총리비서실장도 "국정을 책임진 총리로서 역할이 있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다른 핵심 측근은 "자민련이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했지만 17명의 당선자가 있다" 며 "선거 후 정국에서 (총리의 중재역에 대한)요구가 당연히 나올 것이고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총리는 이에 응할 것" 이라고 밝혔다.

TJ는 이미 DJP의 공조가 삐걱거리기 시작할 무렵인 2월 초에도 중재역으로 나서 DJ와 JP를 연쇄접촉한 바 있다.

TJ는 17일에는 공정거래위 업무보고로, 18일에는 국무회의와 주례보고로 DJ를 만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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