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구도 정치권] 완충역 사라져 충돌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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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3 총선으로 굳어진 한나라당.민주당의 양당구도로 정치권의 모습이 상당한 변화를 맞게 됐다. 자민련과 함께 3각체제로 운영돼온 지금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참이다.

일단 국회를 거쳐야 할 현안들 대부분이 두 당간 협의를 통해 처리된다. 원내총무회담도 2자회담일 뿐이다.

국회뿐 아니다. 모든 정국운영이 사실상 두 당에 의해 요리되는 환경이 올 것으로 보인다.

국정을 주도해야할 여권으로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협조 여하에 따라 쟁점을 신속히 정리할 수도, 반대로 정면충돌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자민련처럼 두 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역을 할 완충세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충돌하는 일이 더욱 빈번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향후 지향점이 2년반 뒤의 대선(大選)에 있는 만큼 두 당간의 주도권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당에 절실한 것은 과반의석 확보다. 남북 정상회담 등 국회를 거쳐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핵심 관계자는 "자민련.민국당.무소속 의원들이 가세한다면 산술적으로 꼭 과반의석(1백37석)이 된다" 며 속내를 내비쳤다. 하지만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 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자민련과 다시 손을 잡으려면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걸림돌이다.

또 무리한 영입시도는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과 저지를 불러 정국경색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부담이 있다.

여권은 당분간 한나라당에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로 현안들을 풀어나갈 방침이다.

한나라당 역시 '선별적 협조'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각당의 내부정비에다 6월 평양정상회담이 협조분위기를 뒷받침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가 걸린 쟁점이 터질 경우 언제고 정면충돌이 예약돼 있는 양당이다.

그런만큼 이번 총선결과를 둘러싼 기세싸움도 만만찮다. 두 당 모두 14일 서로 "이겼다" 고 자평(自評)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금권.관권공세에도 제1당을 지켜냈다" 고 뿌듯해한다.

민주당은 15대 때 한석도 못 건졌던 불모지를 일궈낸 데 큰 의미를 뒀다. 강원 5, 충청 8, 제주 2석이다. 강원(전체 9석).제주(전체 3석)에선 1당을 달성했다. 심장부인 수도권에서 이긴 만큼 '진정한 승리론' 을 편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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