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있는 식탁] 7. 포크는 어느쪽 손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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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왼손에 쥔 포크로 음식을 힘겹게 눌러집어 조심스레 입으로 옮기다가 금방 떨어질 듯 싶어 냉큼 입을 내밀어 받아 먹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더욱이 포크의 등을 위로 향하게 한 채로 입에 음식을 넣기란 쉽지 않다. 상대방의 서툰 왼손질을 바라보노라면 자신까지 불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방법이 숙달만 되면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줄곧 왼손으로 포크를 사용하는 것이 유럽식이다.

미국식은 나이프를 오른손에, 포크를 왼손에 쥐는 것은 유럽과 같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르다.

음식물을 먹기에 알맞은 크기로 자른 후 나이프를 접시의 상단 부분에 올려놓고(이때 나이프의 칼날이 반드시 자기쪽을 향하게 해야 한다.

나이프가 원래 위협적인 무기였기 때문이다) 왼손의 포크를 다시 오른 손으로 바꿔쥔 후 스푼처럼 포크의 안 쪽이 보이도록 해 음식을 담아 먹는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잘라 놓은 고기를 집어먹을 때뿐 아니라 삶은 감자나 당근 등의 야채 및 달걀요리 등을 자를 때도 나이프 대신 오른손의 포크를 이용한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모든 음식물을 나이프로 자른다.

한국인은 미국식이 훨씬 편할 것이다. 미국인들은 포크가 전래되기 전까지 오랫동안 오른손으로 스푼을 사용해와 포크도 자연스레 오른손에 쥐고 쓰는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식이나 유럽식이나 테이블 매너로서 문제는 없지만, 필자는 편리하고 세련된 전통의 유럽식을 추천하고 싶다.

미국식은 매번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포크를 옮기고 나이프를 신경 써서 내려 놔야야 해 번거로울 뿐 아니라 접시에 떨어뜨려 시끄러운 소리가 날 수도 있다.

반면 유럽식은 조용히 식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뒤집힌 포크를 입안 깊숙이 넣기도 어려워 다칠 염려도 없다.

또 포크의 등에 많은 음식을 담기도 쉽지 않아 적당량만 담게 돼 깔끔하고 절제된 모습을 저절로 연출하게 된다.

미국식이든 유럽식이든 공통적인 기본매너는 음식을 한번에 다 잘라 놓지 않는다는 것. 또 포크엔 먹을 양만 집어 한 입에 깨끗이 넣는 것이다.

홍성철 <서울 힐튼호텔 서비스매너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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