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 민노총서 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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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강성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서 빠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산업노조연맹은 15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키로 결의했다. 금속연맹은 이날 대회에서 전체 투표자 264명 중 87.9%인 232명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은 1만9000명으로 금속연맹 전체 조합원 16만명 중 11.9% 정도를 차지하는, 연맹에서 비중이 가장 큰 노조다.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은 62만명으로 여기에서 현중 노조가 점하는 비중은 약 3.1%다.

금속연맹 관계자는 "현중 노조는 지난 2월 하청업체 근로자 박일수씨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한 것에 대해 박씨를 '열사'로 규정하지 않고 영안실에 난입해 현수막을 뜯는 등 투쟁정신을 훼손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현중 노조는 "징계 결정이 부당하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곧 긴급 간부회의와 대의원 간담회를 열어 제명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는 방안 등 향후 대응 계획을 결정하기로 했다. 금속연맹에선 현중 노조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오는 12월 초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제명 여부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현중 노조는 박씨 분신 사건 이후 3월부터 매달 금속연맹에 납부해 온 연맹비를 8개월째(약 3억2000만원) 납부하지 않고 연맹사업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사실상 독자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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