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한 '쌍방향 연극' 첫 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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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공연 기획사 이다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art-korea.com)에 들어가면 재미있는 코너를 만날 수 있다.

오는 15일 대학로의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개막되는 연극 '저 별이 위험하다' (김광림 작.박광정 연출)의 제작일기를 만날 수 있다.

지난 3월 이후의 연습과정과 무대세트, 그리고 연출자 인터뷰 등이 동화상.사진.텍스트 등으로 실려있다.

관객들에게 연극의 제작공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서비스다.

뿐만 아니다. 대본을 올려놓고 네티즌의 의견을 무대작업에 반영한다.

인터넷이란 쌍방향성을 활용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객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는 이중포석이다.

주요 출연배우도 네티즌의 오디션으로 선발했다.

문학.음악 등의 창작에 네티즌이 참여하는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인터넷 문화에 가장 뒤쳐진 연극계의 변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고 성과도 올렸다.

'저 별이…' 는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소녀가 지구에서 겪는 여러 사건을 짤막짤막하게 처리한 작품. 인신매매단, 꿈을 잃은 예술가, 부탄가스에 빠진 소년, 불륜을 저지르는 부부 등 우리 사회의 각종 '질환' 을 풍자한다.

제작진은 네티즌의 의견을 크게 세 가지 수용했다.

원작 첫 부분에서 하느님이 자본가와 박보장기를 두는 장면을 내기 골프로 변경했고, 아이들이 춤추는 장면에서 최근 유행하는 DDR를 수용했으며, 소년이 살아남으며 희망적 메시지를 암시했던 원작 결말도 소년이 죽게되는 암울한 내용으로 수정했다.

좀더 현실상황에 근접하게 각색한 것이다.

연출가 박광정은 "완벽한 쌍방향 연극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통해 관객과 대화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첫 사례" 라며 "연극도 첨단기술을 끌어들이며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여 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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