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춘계 인터넷 월드 2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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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2면

"당신이 언제 어디에 있든, 어떤 방식으로도 인터넷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아메리카 온라인(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이 넷스케이프 6.0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하자 청중들은 일제히 큰 박수로 화답했다.

그는 "그동안 분명히 나누어졌던 인터넷과 텔레비전.전화 등의 구분이 넷스케이프로 인해 통합되면서 인터넷 2차혁명이 시작될 것" 이라며 신념에 가득찬 열변을 토했다.

5일부터 7일까지(현지시간)미국 로스앤젤리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인터넷전시회인 '춘계 인터넷월드2000' 의 화두(話頭)는 '넷스케이프 6.0' 이었다.

전시회에서는 세계 66개국의 8백여개 업체가 콘텐츠 서비스.검색엔진.커뮤니티 서비스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여 2만여명의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가운데서도 넷스케이프의 새로운 탄생은 가장 관심을 끈 뉴스였다.

한때 웹브라우저 시장을 주도했지만 익스플로러의 대반격으로 명성이 바래진 넷스케이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회에서는 무선인터넷 표준전쟁이 벌어져 무선인터넷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를 예고했다.

◇ 넷스케이프의 도전〓넷스케이프 6.0이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AOL이 소스코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93억달러에 넷스케이프를 인수한 AOL은 과거의 프로그램 코드를 모두 폐기하고 새롭게 넷스케이프를 개발, 코드를 공개했다.

케이스 회장은 "코드 공개로 사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브라우저를 활용할 수 있다" 면서 "이제 컴퓨터 뿐만 아니라 인터넷 TV용 셋톱박스 등 다양한 제품에 넷스케이프가 깔리면서 인터넷 2차혁명을 일으킬 것" 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넷스케이프 6.0은 게코(Gecko)라는 브라우저 엔진기술을 이용해 개발됐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는 물론 애플.유닉스 등 모든 운영체제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케이스 회장은 "거대 PC 제조업체인 게이트웨이와 손잡고 넷스케이프 6.0을 채용한 가정용 인터넷 접속기기와 무선인터넷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 무선인터넷 표준전쟁〓넷스케이프의 도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무선인터넷 시장에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최근 미국 연방법원에 의해 독점판결을 받아 큰 타격을 입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모바일 익스플로러(MME)라는 무선인터넷 표준을 전시했다.

이 기술은 HTML(Hyper Text Markup Language)로 짜여진 웹사이트의 콘텐츠를 무선으로 이동전화기에 그대로 뿌려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맞서 노키아 등은 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라는 무선인터넷 표준을 소개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한판 승부를 별렀다.

노키아는 웹콘텐츠를 구성하는 컴퓨터언어인 HTML 대신 WML(Wireless Markup Language)이라는 독자적인 방식을 써서 웹콘텐츠를 이동전화기에 재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노키아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이미 에릭슨 등 유럽의 이동통신 강자들이 모여 WAP 포럼을 구성하는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전을 이겨낼 자신이 있다" 고 강조하면서 세를 과시했다.

이번 전시회에 한국업체들의 참여는 저조했지만 새롬기술의 미국법인의 경우 무료 인터넷 전화인 다이얼패드 등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LA〓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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