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악기연주 국군 최고참 박철원원사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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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두드리는 것은 제게 맡기세요. "

북과 드럼 등 타악기만 33년간 연주한 해군 박철원(朴喆遠.53.하후1기)원사의 눈에는 모든 게 악기로 보인다.

朴원사에겐 큰북.작은북.드럼.심벌즈 등 일반 타악기는 식상하다. 놋그릇.스노우체인.냄비뚜껑.숟가락.소방서 싸이렌 등 기묘한 소리가 있어야 신명난다. 그는 현재 해군 군악대 악보담당관과 타악기 주자를 맡고 있다. 육.해.공군을 통틀어 최고참 현역 연주자다.

朴원사의 타악기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새로운 타악기를 만들기 위해 외국에서 발간된 타악기 백과사전을 활용해 대장간과 철공소.목공소 등을 찾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그가 만든 '신종' 타악기는 총소리를 내는 '팝건' , 바람소리를 내는 '윈드머신' 등 수백가지에 이른다.

그가 타악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1년 방한한 독일 타악기 연주자인 세그프레이드 핑크 교수의 타악기 앙상블 연주를 보고서부터. 배명고교를 졸업한뒤 67년 초 해군 군악대에 지원한 그는 독학으로 악기 제작에 나섰다.

그때만 하더라도 국내 음악대학에는 타악기 전공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끈질긴 노력으로 그해 가을 연세대 대강당에서 해군군악대의 타악기 앙상블을 일반에 선보였으며, 국내에도 타악기 붐이 일기 시작됐다.

朴원사는 오는 1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해군 군악대 정기 연주회에서 북과 실로폰 등 일반 타악기와 함께 자동차 브레이크 드럼을 두드리는 앙상블을 처음으로 연주할 계획이다.

부인 김효정(金孝情.47)씨와 두 딸을 두고 있는 朴원사는 그동안 익힌 타악기 비법을 후배들에게 모두 전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오는 2003년 정년 때까지 새로운 소리 개발에 노력하겠다" 며 타악기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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