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타는 일본 정국] 3.끝 중의원 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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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공중(空中)총리' 다. 땅을 밟으려면 선거가 필요하다. "

일본 사민당의 도이 다카코(土井たか子)당수의 비아냥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심판을 받지 않은 정권이란 얘기다. 그 뿐만 아니다. 야당은 일제히 조기 중의원 해산을 요구했다.

모처럼 나온 한 목소리다. 엊그제까지 자민.공명당과 연정을 꾸렸던 자유당도 "모리 내각은 야합정권" 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은 오는 6월 11일을 투표일로 잡고 본격적인 선거채비에 들어갔다.

집권 자민당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중의원 조기해산.총선밖에 없다" 고 말한다.

야당이 정권의 정통성을 문제삼는 데 반해 자민당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의 동정표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선거자금이 부치는 소장층은 더 조기쪽을 바란다.

언론도 한결같이 조기 총선을 촉구했다. 내각 출범과 동시에 총선이 대세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전례없던 일이다.

조기 총선에는 모리 총리만 신중하다.모리는 "중의원 해산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고 발을 뺐다. 중의원 해산은 총리의 고유 권한이다. 총리가 갖고 있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로 불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말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고 있다. 당정 내의 입지가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총리와 같은 파벌에서 나오던 관방장관도, 선거를 총지휘하는 간사장 자리도 오부치파가 맡고 있다. 게다가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간사장은 자기 목소리가 강하다.

총선 시기는 6월로 모아진다. 총리의 중의원 해산 후 40일안에 선거를 치르도록 돼 있으니 해산은 4월말~5월이 된다.

당초 급부상하던 '4월 해산, 5월 총선' 은 갑자기 잡힌 외교일정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 28일 모스크바에서 러.일 정상회담이 열리기로 된 것이다. 그래서 연휴기간이 끝난 직후인 4월말~5월초가 유력해진다.

5월말부터 일왕이 유럽순방에 나서 일왕의 해산 칙서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정가에서 나오는 시나리오가 6월 4일 아니면 11일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모두 일요일이다.

당초 오부치 전 총리가 내비쳤던 7월의 오키나와(沖繩) 주요국(G8)정상회의 직후 또는 10월의 임기만료 선거 얘기는 쑥 들어갔다. 그러나 4~5월 자민당과 내각의 지지율이 바닥세라면 이 두가지 대안도 가능하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나오는 것도 올해 후반기부터다. 일본 정국은 "인생은 럭비공으로 어디로 튈 지 모른다" 고 되뇌어 온 모리 총리의 말 그대로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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